몇달만에 뵙게 되네요, 그동안 안녕하셨는지요?
오랜만에 채팅방에 들어갔더니 처음뵙는 분들이 상당히 많으시네요. 계절이 바뀌듯이 몇달 간격으로 열성적인(?) 채팅맴버가 바뀌는것 같습니다. 어떤 분들은 생업으로 돌아갔을테고, 어떤 분들은 계속되는 손실에 쉬고 있는 분들도 있을겁니다. 또 외부와 단절하고 트레이딩 공부에 매진하고 있는 분들도 있겠지요. 어디서 어떤 일을 하든지 잘 되길 바랍니다.
왜이렇게 오랜만에 들어왔냐고 물으신다면 트레이딩으로 바빴다고 거짓말(?)을 하고 싶지만 다른 사업때문에 여유가 없어서 지금에서야 들어오게 됐습니다. 물론 뒤늦게나마 달러강세에 올라타 적지 않은 수익도 보았습니다. 다른 일 때문에 바쁘다는 핑계로 차트를 멀리하는 바람에 좋은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게 좀 후회가 됩니다. 다른 일 보다 FX에 전념했다면 단기간에 더 큰 수익을 냈을텐데..하고 말입니다. 하지만 그 또한 내 잘못이기에 또 한 번 되돌아보는 기회로 삼아야겠습니다.
음... 오늘은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드네요. 나이가 한살..한살 먹을수록 생각이 많아지는것 같습니다. 젊을때 생각지도 않았던 필요 없는 생각도 하게되고.. 살아가면서 생기는 여러가지 일에 대한 저항력이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줄어드는걸까요? 꼭 나쁜일이 아니더라도 같은 일에 대해서 그냥 흘려버리지 못하고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되는것 같습니다. 지나온 세월이 쌓여서 그런것이지 알수가 없네요.
그래서 오늘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보려합니다.
지금껏 여러가지 사업을 해왔지만 정말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바닥 만큼 쉽게 돈버는 곳도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더 쉽게 돈을 줍다시피하는 분야도 있겠지만, 제가 아는 분야중에서는 이바닥이 가장 쉽게 버는것 같습니다. 당연히 초창기의 손실과 심리적 압박감.. 좌절.. 후회..등 이겨야할 장애물이 많이 있습니다만, 고시를 준비하든.. 시장에서 장사를 하든..다른 사업을 하더라도 그정도는 극복해야 그 분야에서 어느정도 위치에 오르게 되는건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은 당연히 자기가 하는 일이 가장 어렵고 고차원적인 일이라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투기는 그다지 어렵거나, 고차원적인 일이 아닙니다. 단지, 인간 본성의 심리에 반하는 행동을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이기에 그만큼 어렵다고 느끼게 됩니다. 보통 훌륭한 심리학자, 철학자는 훌륭한 트레이더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 주위에 여러 성공했다면 성공한 트레이더들이 많습니다만..대부분 대학을 나오지 않았거나, 나왔더라도 경제학 관련 출신은 별로 없는게 사실입니다. 한 때 그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봤는데, 결론은 경제학과 출신들은 시장에서 가장 버려야할 것 중에 하나인 자존심을 세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겁니다. 전공자들이 일반인들보다 경제학에 대한 지식이나, 경제 상황에 관한 분석력이 월등히 뛰어난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경제학에 대한 깊이있는 지식이 있다고 해도 사실 매매하는데는 거의 도움이 되지않습니다. 증권회사나 경제신문 관련 기자로 들어가면 어떤 일이 일어난 뒤에 이유를 갖다 붙여 분석한 글을 내놓는데는 월등히 뛰어나겠지요.
시장을 통제할 수 없다는 전제에서 매매를 시작해야 되는데, 자신의 지식을 너무 과신한 나머지 직접 매매할 때 자신의 관점을 너무 일관되게 내세우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존심을 버리고, 어린아이가 말을 배우듯이 백지장위에 그려나가면 나중엔 경제학 지식이 도움이 되는날이 올터인데.. 대부분의 전공자들이 자기가 생각한대로 시장이 흘러가리라는 어이없는 자존심을 가지기 때문에 시장 변동에 대한 유연성이 떨어지게 됩니다. 유연성이 떨어지면 가장 중요한 위험관리 또한 물건너가게 됩니다.
"증권회사 직원하고 결혼하면 사돈에 팔촌까지 망한다" 이런 말을 한번쯤 들어보셨을겁니다. 대부분 금융권 직원들이 경제학도 출신이 많기 때문에 바둑에서 처럼 남의 투자에 훈수는 잘두지만 직접 매매할때 위에서 말한 이유때문에 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두번 떨어먹고 정신차리면 괜찮은데 끝까지 왜 잘못된지는 생각하지않고 단지 운이 나빴을 뿐이고, 다음기회가 오면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무지한 생각 때문에 많은 경제학 지식을 가지고도 망하는 것입니다.
이 바닥이 참 재밌는 것이, 금융권에 종사하거나 전업으로 이 일을 10년을 넘게 해오면서도 자기매매에서는 수익은 커녕 손실에 허덕거리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이바닥에 발을 들인지 1년 밖에 되지 않은 사람이 초기엔 계속 본전치기만 하다가 어느날부터 서서이 수익을 내더니 수십년간 해온 저보다 월등히 잘하는 경우도 많이 봤습니다.
트레이딩은 고시를 치거나, 뭐 어디서 의학박사학위를 따듯이 수년간 공부해서 방대한 지식을 쌓아야만 성공하는 분야가 아닙니다. 수십년을 경제학 공부를 해온 교수라고 매매를 잘 할 가능성은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인이 매매를 시작해서 잘 할 가능성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얼마만큼 본질적인 면을 잘 파악하냐에 달린 승부이므로.. 반년만에 깨닫고 서서히 수익을 내는 경우도 있고, 수십년간 해도 사돈에 팔촌 집까지 다 팔아먹는 경우도 있습니다.
젊을때부터 알고 지낸 트레이딩 동기(?)가 한명 있는데, 같은 동네에 살기 때문에 자주 만나는 편입니다. 그 집에 아들이 하나있는데, 군 제대한지 한 2년쯤 됐을겁니다. 그녀석이 애비를 닮아서인지 어릴때부터 주식에 좀 기웃거리는거 같더니, 제대하고는 다니던 대학까지 자퇴하고 아에 FX로 전업을 시작하더군요. 2년 전에 2만불 정도 들고 시작한걸로 알고있는데 몇달전에 들으니 6만불정도로 불렸다고 하더니, 며칠전에 가족끼리 술자리를 가졌는데 지금은 13만불 정도 됐다고 합니다.
이번에 제가 다른 일 때문에 놓친 기회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잡았더군요. 7월 말부터 며칠전까지 1000 핍 가량을 피라미딩하면서 수익냈다니 한달이 못되서 5만불 정도는 수익을 낸것 같습니다. 물론 아직 자금의 한계가 있어 5만불 정도에 그쳤지만 수익률로 따지면 100%에 달하는 수익입니다.
술잔을 기울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원칙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짧은 경력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체계적이고 수십년 된 제가 뜨끔할 만큼 투기라는 매매의 본질을 꿰뚫고 있었습니다.
손실에 대한 생각, 트레이딩을 하면서 버려야할 여러가지 심리적 장애물들, 자금관리 등등.. 특히 격동하는 시장에서 흔들리지 않고 매매하기 위해선 원칙을 세우고 지키는 방법 밖에 없다...라는 말이 참 새롭게 와닿더군요. 요즘도 채팅방에 들어오는지 모르겠습니다.
참..저의 반정도 밖에 살지 않은 녀석이 하는 말을 듣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수많은 것들 중에 매매에 중요하게 적용되는 것들은 몇가지 없는데 왜 그걸 깨닫기까지 그렇게 오래걸렸을까..싶은 후회도 약간을 들었습니다.
다들 너무나도 많이 들었을겁니다. " 손실을 줄여라 " " 과하게 매매하지 마라 " 등등... 근데 저 또한 뼈를 깎는 고통을 견디고 그 말이 와닿기 전까진 아무리 들어도 몰랐습니다. 그 짧고도 상투적인 말이 의미하는 바를...
여기 카페에 대부분의 분들이 이제 시작하는 입장일겁니다. 첫 단추를 잘 꿰메시기 바랍니다. 이런저런 매매기법들을 익히는 것도 좋지만, 매매를 시작하는 시기에 위대한 트레이더들이 쓴 책을 최대한 많이 읽고, 작게 매매하면서 뼈저리게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어떤 인간의 본성이 매매를 하는데 장애물이 되고, 또 어떠한 생각으로 시장에 접근을 해야만 이길 수 있는지... 왜 그 많은 지식을 가진 잘난 사람들이 시장에서 퇴출되는지..
어려울 것 없습니다. 최대한 단순하게 접근하고 근본적인 원리에 대해서 최대한 많이 생각해보면 자연스럽게 체득되는 때가 옵니다. 아무 생각없이 숨을 쉬고 호흡을 하듯이... 지나고나면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한거라고 생각하게 될겁니다.
음..쓰고보니 너무 두서없는 글이 됐습니다.
다음엔 매매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 위험관리 " 에 대해서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좋은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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